지하철 약수역 8번출구. 도로변 안쪽으로 들어서자 세련된 간판의 작은 가게가 보였다. 흡사 디자인 사무소 같은 분위기의 그곳으로 들어서자 앳된 얼굴의 남자가 컴퓨터를 보고 앉아 있었다. 인터뷰할 <빠삐용의 키친>의 박주헌 연구원이다. 아직 20대의 어린 나이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식용곤충과 관련된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호기심이 갔다.

 

"처음에는 엄청 무시당하고 외면당했죠"

 

처음에는 식용곤충 레스토랑을 한다고 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차갑다 못해 험악했단다. 

 

"생각하시는 모든 것을 다 겪었어요. 무시도 많이 당했고 관심도 안가지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친한 친구들은 이 사업은 50년 안에는 절대 뜰 수가 없다고 말을 많이 했죠. 호텔에서 일할 때는 음식만 잘하면 됐는데 여기서는 메뉴개발부터 홍보, 사업적인 부분까지 모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처음에는 그게 힘들었어요."

 

그렇다면 박주헌 연구원은 왜 사람들이 모두 외면하는 식용곤충 사업에 뛰어든 것일까?

 

"김용욱 대표님이 제 인생을 바꿔 놓으셨죠"

 

ⓒ 밥상머리뉴스

 

박주헌 연구원은 고등학교 때부터 요리를 했다. 경북 구미에 있는 경북생활과학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대학에서 외식조리학을 전공했다. 한때 한국 제일의 셰프를 꿈꿨던 박연구원이 식용곤충 분야에 뛰어든 것은 한국식용곤충연구소 김용욱 대표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김용욱 대표는 한국식용곤충연구소장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식용곤충 분야의 1인자다."제 인생은 김용욱 대표님을 만나기 전과 후로 바뀝니다."라고 박연구원은 단호히 말했다. 그런데 박연구원은 곤충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을까? 

 

"시골가면 할머니가 메뚜기 먹으라고 던져 주셨어요."

박주헌 연구원에게 곤충은 그리 혐오스럽고 낯선 대상이 아니었다. 

 

"어려서 시골에 가면 외할머니가 메뚜기 한자루를 던져주며 먹으라고 주셨고 부모님도 아무렇지도 않게 메뚜기를 드셨습니다. 곤충은 제게 낯설지도 않았고 그렇게 혐오스럽지도 않았습니다. 피하고 소리 지르며 '엄마야'라고 말하며 도망가는 거 없었어요"

 

"레스토랑을 연 후 두 달 동안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았어요"

20,30대 젊은이들이 뭉쳐서 야심차게 만든 <빠삐용의 키친>. 처음에는 손님이 얼마나 왔을까? 

 

"두 달은 손님이 아예 없었어요. 그 기간이 암울한 기간이긴 했지만 이해는 됐죠. 이런 조그만 가게가 사전예약제로 하는데 번거롭기도 했을 거예요. 옆에 있는 20년 된 떡볶이 집을 더 좋아하는 손님들도 있고 김가네 가서 김밥 먹는 게 더 편한 분들도 있을 거예요. 이 한 테이블에서 먹는 게 부담스러운 분들도 계실테고요."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참여한 사업에서 처음으로 맛본 패배감이었다. 그때를 회상하는 그의 얼굴이 씁쓸했다.

 

"곤충 음식에 왜 곤충이 안보입니까?"

 

ⓒ 밥상머리뉴스

 

<빠삐용의 키친>의 음식을 보면 이것이 식용곤충으로 만든 음식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렵다. 곤충의 분말이나 오일, 액상을 이용해서 만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든 이유가 궁금했다. 

 

"곤충 음식인데 왜 곤충이 안보이냐고 말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하지만 실제로 곤충을 올리면 못드세요."

 

곤충이 몸에 좋고 어떠한 것인지 전부 다 알지만 막상 곤충이 보이면 선뜻 먹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당근을 예로 들었다. 

 

"당근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당근이 비타민이 많고 피부 노화에 좋다고 얘기해도 안 먹어요. 싫은 건 어쩔 수 없어요. 싫어하는 걸 먹을 수 있게 만들어야 된다는 거죠. 갈아서 소스로 넣거나 완자를 만들어 먹는거죠. 그렇다고 쉽게 먹지는 않겠지만 호의적으로 생각이 바뀔 것이고 한번은 맛보겠죠."

 

그의 소신 있는 답변은 계속된다.

 

"곤충 싫어하는 사람은 있어도 파스타 싫어하는 사람은 적을 거예요. 파스타를 한 번 먹어보겠죠. 먹어봤는데 일반 음식과 똑같아요. 그러면 아 괜찮네 하면서 드시게 되는 거죠. 곤충을 보이지 않게 한 것은 그런 심리를 반영한 거예요"

 

"처음에는 낭떠러지에 서있는 느낌이었어요"

박주헌 연구원은 맨 처음 분말이나 액상, 오일로 만든 곤충으로 요리를 만들 때는 매일 매일이 지옥 같았다고 회상했다. 

 

"작년부터 가루로 해서 음식에 넣었어요. 대표님이 전수를 해주셨는데 힘들더라고요. 저도 어디 가서 조리를 아예 모른다고 생각 하지 않았는데 안되더라고요. 기초는 있다고 생각했는데 기초가 잘못됐다기보다 재료가 새로우니까 물성이 안 잡히는 거예요. 반죽을 했는데 섞이지가 않고 면을 뽑았는데 뚝뚝 끊기고 내가 원하는 식감이 안 나오고, 위기에 봉착했죠."

 

그날부터 박연구원은 하는 일 없이 연구소에서 밤을 지새운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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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을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음식을 먹으러 다니고 자료를 찾아다니길 반복했고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가다보니 해결점을 찾게 되었죠. 그리고 이렇게 레스토랑 오픈한지 1년이 지났습니다"

 

지난날의 고충이 생각나는 듯 박연구원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일반 음식과 똑같은 맛이에요"

<빠삐용의 키친>의 음식 맛은 일반 음식 맛과 똑같다. 그렇게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 박주헌 연구원은 휴대폰 케이스를 예로 들었다. 

 

"휴대폰 케이스를 살 때 왜 악어가죽으로 사는지 이유가 있어야 되요. 왜 살까요? 예쁘니까 사죠. 음식에는 기본 베이스 세 가지가 깔려요. 맛있어야 하고 보기도 좋아야 하고 향도 좋아야 해요. 이 세 가지가 절대 규칙이에요."

 

곤충요리에도 음식의 기본 원칙이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게 박연구원의 생각이다.

 

"똑같이 가야 해요. 곤충이 들어갔으니까 어드벤티지를 주라고 해서는 안돼요. 경쟁이 안돼요. 곤충 음식에 특혜를 주는 거잖아요. 그럼 곤충음식은 음식으로 속하는 게 아니라 약으로 속해요. '맛없어도 먹어, 몸에 좋잖아'이렇게요. 하지만 이렇게 하려고 하는게 아니거든요. 대중화가 되려면."

 

"식용곤충, 기아 문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

박주원 연구원에게 식용곤충의 대중화 말고 또 다른 계획이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기아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알아보니까 현실성이 없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근본을 풀어줄 열쇠만 있으면요"

 

근본을 풀어줄 열쇠란 무엇일까? 

 

"기아 문제는 음식이 없어서 못 먹어서가 아니에요. 그 사람들이 자급자족을 안하기 때문이에요. 오히려 그게 더 큰 문제에요. 어려운 문제를 선생님께 물어봐서 답변을 들었어요. 그런데 계속 물어보는거죠,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말이에요. 일을 안해요. 구호식 의존현상이 일어나는거죠."

 

박연구원은 기아 해결의 구체적인 방법을 얘기 했다. 

 

"태국, 동남아 이쪽으로 가면 곤충을 쌓아놓고 팔아요. 기술력 없이 하는

데 그렇게 쌓아놓고 팔아요. 거기는 기후조건이나 환경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구하기 쉽죠. 이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사육시설, 시스템이죠. 얼마나 위생적으로 하는가, 하는 점도 있고요. 저희가 하려는 게 기술이전이요. 두 가지 기술이전인데 음식을 통한 기술이전, 그리고 사육 기술 이전이죠."

 

그리고 그는 이것은 일자리 창출과도 연관이 있다고 역설했다. 

 

"거기서 이 사람들이 일하면서 자급자족하고 곤충을 먹어가면서 영양 관리가 되는 거죠.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거예요."

 

그의 눈이 반짝였다. 한 마디로 자원은 많은데 기술력은 부족한 나라에 가서 우리가 그것을 채워주면 미식산업이 되고 미식 관광이 된다는 게 박주원 연구원의 생각이다. 이 계획은 어느정도 실현이 되고 있는 것일까? 박연구원은 "아직 시작단계입니다. 하고 싶은데 도움 받기가 힘들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식용곤충의 미래를 위해 불철주야 매진하는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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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에 시작한 인터뷰가 6시를 넘어설 때쯤 박주원 연구원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7시에 예약한 손님의 전화였다. 하루에 얼마나 전화가 오는지 궁금했다. 박연구원은"하루에 100통 정도 전화가 옵니다. 그냥 호기심에 궁금해서 전화하는 분들도 있고 예약 문의를 하는 분들도 있죠."라고 말했다. 처음 시작하고 두 달 정도 한명의 손님도 없었던 때와 비교하면 일년 사이에 정말 대단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박주원 연구원의 말대로 식용곤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곤충 요리에 선뜻 손이 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향후 몇 년 동안 식용곤충레스토랑이 명동 한복판에 두 세개가 들어설 가능성도 매우 낮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식용곤충은 지구의 미래 식량 자원의 하나이고 좋은 대안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 불철주야 연구하고 발로 뛰는 젊은이들이 여기 있다. 그래서 식용곤충음식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