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장사로 연간매출 220억 원을 올리는 친구가 있다. 크고 작은 매장 11개를 직영으로 운영하는 친구다. 음식장사 경력이 25년쯤 된다. 며칠 전 둘이 술을 한 잔 하는 자리에서 그 친구가 “앞으로 매장을 반으로 줄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1개 매장 가운데 자기 건물에서 운영하는 매장 6개만 계속 운영하고 임차료를 주고 있는 5개 매장은 정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매장을 정리하겠다는 친구의 속내는 이렇다. 전에는 월 1천만 원의 수익이 발생하던 매장에서 이제는 월수입이 500~700만 원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 또 다시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남는 게 거의 없기 때문에 매장을 운영할 이유가 없으니 미리 매장을 정리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친구에게 나는 현명한 선택이라고 맞장구를 쳐줬다. 

 

그런가 하면 서울 용산구에서 60년 동안 <미성회관>이라는 간판으로 고깃집을 운영하던 식당이 최근 문을 닫았다. 몇 차례 주인이 바뀌었지만 60년 동안 하나의 간판으로 운영된 오랜 전통의 유명한 식당이었다. 마지막 주인에게 문을 닫은 이유를 물어봤더니 약 3년 전부터 저녁 단체손님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것이었다. 규모가 매우 큰 식당이었는데 저녁 단체손님이 없으면 적자는 불을 보듯 뻔하다. 더구나 고기 전문 식당에 저녁손님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외식업 환경이 최근 급속도로 나빠졌다는 이야기다. 

 

앞에 언급한 친구가 운영하는 음식점은 9개가 칼국수 전문점이고, 1개는 한우 전문점, 그리고 1개는 아구찜 전문점이다. 이런 메뉴들은 그나마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HMR(가정간편식)과는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상승 등의 이유로 수익성이 떨어져 매장운영을 포기하겠다고 하니 HMR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업종의 경우는 어떠하겠는가. 

 

필자는 지난해 2월에 ‘적(敵)은 외부에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외식업체들에게 적(敵)은 같은 외식업계의 경쟁업체가 아니라 대형 유통업체와 식품제조업체라는 지적을 한 바 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그 외부의 적이 점점 골리앗으로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겨우 김밥과 도시락 정도만 판매하던 편의점에서는 치킨과 피자는 물론 초밥까지 판매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CJ제일제당을 비롯한 식품대기업들은 HMR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CJ제일제당 한 회사에서 지난해 HMR 제품에서만 거둔 매출이 1조5천억 원이나 된다. 전년도보다 무려 40% 늘었다. 오는 2020년까지 3조6천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도 앞 다퉈 HMR 관련 PB상품을 개발하면서 외식업체들의 영역을 침투하고 있다. 외식업체들 입장에서는 공룡처럼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는 외부의 적에다가 최저임금 상승과 같은 내부의 적까지 겹쳐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처한 상태다. 

 

이대로 가면 어떻게 될까? 필자는 멀지 않아 외식업 대란이 일어나리라고 본다. 이미 창업보다 폐업이 많은 상황에서 영세한 음식점의 폐업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영세 자영업자의 몰락은 곧 소득1분위 계층이 증가한다는 것이고, 이는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됨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게 된다. 

 

자유경제 체제에서 외식업의 고유영역이란 있을 수 없고, 따라서 대형 유통업체나 식품제조업체가 영세한 외식업체의 영역을 잠식하는 것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상상 이상의 사회적, 국가적 부담이 생길 것이라는 것을 위정자들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31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면서 기존의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런 의지를 확인한 음식점 경영주들은 “빨리 장사를 그만둬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앞에 언급한 친구가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매장 운영에 굉장히 애착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 내가 매장의 절반을 정리하겠다고 할 때는 오죽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