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에 청국장을 주력 메뉴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는 사장이 자기 회사 매장 방문을 요청해서 가본 적이 있었다. 내가 방문한 매장은 대단위 아파트단지 상가에 위치하고 있었다. 주로 가족단위 고객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사장에게 “이 식당에 아이들이 오면 뭘 먹지?”라고 물었다. 메뉴가 청국장, 보리밥, 수육, 전 등이었는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는 없었다. 결국 아이가 있는 가족손님은 포기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나는 ‘카레청국장’을 만들어 보라고 이야기 했다. 

 

막걸리를 한잔 하고 있는 사이에 사장은 주방장에게 시켜서 카레청국장을 만들었다며 들고 왔다. 나는 그 사장에게 왜 카레청국장을 만들라고 했는지 이유를 설명해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새로운 고객층을 만들기 위해서는 업-스케일(Up-Scale) 메뉴를 만들라는 이야기다. 

 

업-스케일이라는 말은 IT업계에서 생겨난 말이다. 제품에 새로운 기능이 하나 둘 추가가 되면서 제품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의미다. 가령, 휴대전화를 예로 들어보자. 처음에는 무선전화기의 개념에서 출발해 문자도 보낼 수 있게 되고, 사진촬영도 가능해졌으며, 이제는 컴퓨터의 기능까지 하고 있다. 그러면서 휴대전화의 가치는 점점 커졌다. 이런 것을 업-스케일이라고 한다. 필자는 이 개념을 음식에 적용해서 업-스케일 메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그리고 업-스케일 메뉴가 되게 만드는 식재료를 업-스케일 식재료라고 명명했다. 

 

앞에서 언급한 카레청국장이 대표적인 업-스케일 메뉴다. 그리고 이때 사용된 카레는 업-스케일 식재료가 되는 것이다. 청국장은 주로 중장년층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특유의 냄새 때문에 아이들은 잘 먹지 않는다. 그런데 청국장에 카레를 넣으면 아이들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된다. 카레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즐겨 먹어온 데다가 청국장보다 향이 더 강해 청국장 냄새를 없애주기 때문이다. 카레청국장은 중장년층 외의 신규 고객을 유인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카레는 이미 다양한 음식에서 업-스케일 식재료 역할을 하고 있다. 카레청국장 뿐만 아니라 카레돈가스, 카레햄버거에 심지어 카레치킨까지 나와 있다. 

 

카레 이전에 업-스케일 식재료로 널리 사용된 것이 바로 해물이다. 떡볶이 한 접시는 2~3천원이 적정가격이지만 떡볶이에 해물을 넣고 ‘해물떡찜’으로 만들면 1만원 넘게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업-스케일 메뉴는 새로운 고객층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부가가치를 높여주기도 한다. 매출증대는 물론 수익성 개선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메뉴의 업-스케일은 매우 유용한 감성마케팅 전략이다. 감성마케팅은 상품의 색깔과 모양, 재료를 다양화함으로써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1920년대 파카만년필이 처음에는 검은색 만년필만 만들다가 여성을 위해 붉은색 만년필을 만든 것이 그 시초로 알려져 있다. 

 

외식산업에서도 이런 감성마케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다채로운 색상을 활용해 고객의 시선을 끄는 것은 물론, 고정관념을 깬 모양을 선보임으로써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상상을 초월한 이색적인 식재료의 조합을 통해 새로운 음식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최근에는 커피가 업-스케일 식재료로 활용되기도 하는데, 심지어 커피를 넣은 소주와 막걸리까지 선을 보이고 있다. 

 

지금 현재 국내 외식산업은 사면초가에 놓여있다. 장기불황 터널에 진입해 소비자들의 외식비 지출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HMR 시장의 급성장으로 더욱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이럴 때는 고품질의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조그마한 변화라도 시도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곧 업-스케일(Up-Scale)이다. 그것이 위기극복의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