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은 어린이 날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굴지의 식품회사 (주)오뚜기의 창립기념일이기도 하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69년에 설립된 오뚜기는 창립과 함께 국내 소비자들에게 카레와 케찹, 마요네즈 등을 선보이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오뚜기 제품들은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로 전업주부가 줄어들고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짧은 시간에 쉽게 한 끼를 준비할 수 있게 만들어 줬다. 오늘날 오뚜기의 성장 배경이다. 

 

이처럼 오뚜기가 주부들의 일손을 덜어준 고마운 기업인 것만은 사실이지만 국가적으로 보면 악역도 했다. 오뚜기는 우리 식탁의 서구화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오뚜기 제품들로 인해 전통음식인 된장찌개와 김치찌개가 놓여야 할 식탁을 서양식 소스로 만들어진 인스턴트 요리가 점령하기 시작했다. 그 주역이 오뚜기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을까?

 

이처럼 공(功)과 과(過)가 엄연히 존재하는 가운데 오뚜기는 창립50주년을 맞이한다. 그런데 오뚜기가 창립50주년 기념일을 한 달 앞두고 애매한 한정판 스페셜티 제품을 내놓았다. ‘스페셜티 카레’, ‘스페셜티 카레 3분’, ‘맛있는 오뚜기 컵밥 궁중갈비찜·밥’ 등 3가지인데, 제품의 가격이 기존 제품에 비하면 상당히 비싼 수준이다. 물론 한정판 스페셜 제품이라 내용물도 기존 제품과는 다르겠지만 가격이 2배가량 비싸다는 것은 다소 의외다. 

 

분명히 출시 배경을 '창립50주년 기념'이라고 했는데, 이건 그동안 사랑을 보내준 고객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았는지, 아니면 50주년을 계기로 매출증대를 노리는 것인지 판단하기 애매하다. 회사에서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면 50년 동안 보내준 고객 사랑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제품 출시에 담았다는 내용은 한 줄도 없다. 일단 전자는 아닌 것 같다. 그럼 창립50주년을 매출증대의 기회로 삼으려는 것일까? 

 

 

갑자기 ‘갓뚜기’의 속이 밴댕이 속으로 보인다. 오뚜기는 매출규모가 2조원이 넘는 대표적인 식품 대기업이다. 그런 회사가 창립 후 반세기 동안 받아온 고객사랑에 대한 보답은커녕 ‘장사치’의 속을 보이고 있다는 것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50년 동안 보내준 고객의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또 본의 아니게 우리 식탁의 서구화를 주도한 역할을 한 것에 대한 죄송한 마음을 담아 이런 저런 제품을 원가에 제공합니다,”라는 통 큰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이 실망스럽다는 뜻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창업자 함태호 회장이 살아있었어도 이렇게 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함태호 회장은 심장병 어린이들의 수술비를 지원하는 등 많은 사회공헌을 하면서도 왼손이 하는 것을 오른손이 모르게 할 정도로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을 실천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갓뚜기’가 아니던가. 

 

모름지기 기업은 ‘기업윤리’가 제품의 경쟁력 못지않게 중요하다. ‘기업윤리’는 사람으로 말하자면 ‘도리’와 같은 것이다. 흔히 우리는 ‘도리’를 다하지 못할 때 ‘사가지’가 없다고 말한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뚜기의 이번 창립50주년 스페셜티 제품 출시가 ‘갓뚜기’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것인지 오뚜기 스스로 곱씹어 보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