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날씨가 추울 때는 뜨끈한 국물요리가 생각난다. 뜨거운데 ‘시원하다’고 표현하는 아이러니는 한국인의 전유물일 것이다. 그 국물요리를 감칠맛 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육수와 조미료다. 2회에 걸쳐 전통방식의 육수와 화학조미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육수란?

육수(肉水)의 사전적 의미는 고기로 우려낸 국물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소고기를 주로 식용해왔기 때문에 소고기로 낸 국물이 곧 육수인 셈이다. 그러나 현대에는 보통 육수라 하면 소고기뿐만 아니라 특유의 맛을 지닌 재료로 끓여낸 국물을 통칭한다. 

 

육수의 재료는 가축, 가금, 어패류, 해초류, 채소류, 버섯류 등 매우 다양하다. 속칭 ‘육해공’의 수많은 식재료가 모두 육수의 재료가 된다. 육(陸)의 대표 식재료로는 소고기를 비롯해 돼지고기, 토끼, 사슴, 양 등의 고기뿐만 아니라 버섯, 채소 등도 포함된다. 해(海)의 식재료로는 가다랑어, 멸치, 디포리, 미꾸라지, 잉어 등의 어류와 다시마, 미역 등의 해초 그리고 조개류가 그 대상이다. 공(空)을 대표하는 식재료는 닭, 오리, 꿩 등의 조류가 모두 해당된다. 특정 재료 단독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보다 미묘한 맛을 추구해 여러 재료로 맛을 낸 경우도 많다. 

 

▲ 채소육수

 

육수와 감칠맛

흔히 맛이라고 하면 단맛, 짠맛, 쓴맛, 신맛, 매운맛 등을 말하며 이 다섯 가지 맛을 5미(五味)라고 했다. 그런데 20세기 초 한 가지 맛이 새롭게 발견됐는데 그것이 바로 ‘감칠맛’이다. 

 

감칠맛은 1908년 동경제국대의 이케다 키쿠나에가 다시마 국물에서 원인물질인 글루타메이트를 발견하고, 기존 5미와 다른 맛이라는 뜻으로 명명했다. 키쿠나에의 제자인 고타마 신타로는 1913년 가쯔오부시에서 또 다른 물질인 이노신 일인산(IMP)를 발견해 감칠맛을 내는 물질이 다양함을 밝혀냈다. 1957년 코니나카 아키라는 표고버섯에서 구아노신 일인산(GMP)를 발견했을 뿐 아니라 IMP와 GMP가 글루타메이트와 만나면 더욱 깊은 감칠맛이 남을 발견했다. 이러한 발견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1985년 하와이에서 열린 제1회 우마미(감칠맛) 국제학회에서 공식적으로 새로운 맛과 그 원인물질이 있음을 인정받아 제6미가 탄생한 것이다. 

 

감칠맛은 맛으로서도 존재하지만 다른 맛과의 조화를 이뤄 요리의 맛을 높여준다는 것을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감칠맛만의 특성은 화학적 기법에 의해 대량으로 생산되는 조미료의 기본원리가 되어 이후 식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감칠맛 도는 한국의 음식들

육수를 사용해 감칠맛을 이끌어낸 우리 음식들로는 밥, 죽, 면 등의 주식에서부터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식인 밥이나 죽은 전통적으로 물로만 조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 영양밥이나 표전요리 등에서 육수를 사용한다. 돌솥을 이용한 각종 영양밥이나 소고기와 채소, 버섯 등 부재료를 넣은 죽은 모두 육수를 넣는 것과 같은 효과이다. 

 

또 면은 육수가 없으면 만들 수가 없을 정도로 면과 육수의 조화가 완성도를 좌우하는 대표적인 요리이다. 소면을 이용한 잔치국수, 고기국수 등에서는 멸치, 디포리, 돼지고기 등이 중요한 국물재료다. 칼국수는 더욱 다양해 강과 바다의 어패류 전부와 닭, 꿩, 돼지, 사골, 장국까지 망라한 다채로운 육수와 어우러진 요리다. 메밀국수, 떡국, 만둣국 등도 멸치, 조개류, 양지머리, 사골, 꿩 등 육해공의 모든 재료로 감칠맛을 이끌어낸 주식이다. 

 

주식인 밥과 함께 먹어 영양의 균형을 맞추어 주는 역할을 하는 반찬거리가 되는 찬품에서도 육수는 큰 역할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밥을 말아먹는 탕과 국, 찌개, 그리고 전골이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고기와 뼈를 함께 삶아 뽀얀 국물을 낸 설렁탕과 소고기를 푹 고아 내는 곰탕이다. 소고기와 사골의 가격이 비싸지면서 인기가 늘어난 뼈해장국, 순대국, 감자탕 등은 돼지고기가 중심이 되는 국물요리다. 또 닭고기로 만든 닭곰탕은 저렴한 가격으로 고급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던 추억의 음식이다. 

 

우리 식단에 밥과 함께 기본으로 나오는 국이나 가족이 둘러않자 정감을 나누며 먹던 찌개도 대표적인 국물음식이다. 국이 국물 위주라면 찌개는 건더기와 국물이 반반 정도로 보통 토장을 넣거나 젓국을 넣어 간을 맞추는 것이 특징이다. 젓국을 넣어 간을 맞추는 찌개는 보통 맑은 찌개라 하고 담백하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식재료를 넣은 것이 포인트다. 전골은 각종 재료를 넣고 육수를 부어 바로 끓여 먹는다는 점에서 찌개에 비해 신선한 느낌이 강한 음식이다. 

 

▲ 쇠고기 육수재료 ⓒ 올어바웃 홈페이지

 

일본의 육수, ‘다시’

우리말로 맛국물에 해당하는 ‘다시’는 일본요리의 근간이며, 예로부터 음식점의 격(格)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다. 일본에서 다시는 재료 본연의 맛을 이끌어 내거나 부족한 맛을 보충하는 개념이다. 보완하는 의미로 쓸 때, 식물 재료에는 동물성 다시를, 동물 재료에는 식물성 다시를 쓰는 것이 기본이다. 

 

멸치, 가다랑어, 다시마가 가장 핵심적인 재료이나 그 외에 조개, 새우, 표고, 당근 등을 이용해 감칠맛을 이끌어 낸다. 일본 요리기법에서는 목적한 감칠맛이 나오면 냄새나 다른 맛이 우러나오기 전에 마무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일본의 다시는 우리나라의 것에 비해 사용되는 재료의 종류가 단순해 감칠맛 성분도 비교적 단순하나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다음 회에서는 일본에서 개발된 ‘아지노모토’로부터 시작되는 화학조미료와 전통 육수와의 국물전쟁의 역사를 짚어본다. 

 

<자료협조: 농촌진흥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