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SNS를 통한 ‘멸공’ 소신이 장안의 화제다. 게시 글에 북한 김정은의 사진과 중국 시진핑의 사진을 함께 올리고, ‘멸공’, ‘승공통일’, ‘반공방첩’, ‘나는 공산당이 싫다’ 등의 해시 태그를 달고 있다.
1월 7일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北 김정은 체제 10년, 핵·미사일 고도화 악순환 반복”이라는 제목의 포스팅에서는 김정은 사진과 함께 “나의 멸공은 중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나의 멸공은 오로지 우리 위(북한)에 사는 애들에 대한 멸공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의 기사를 캡쳐 하면서 중국의 지도자 얼굴이 살짝 비친 포스팅은 대한민국을 소국으로 칭한 것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반감 때문에 나온 반응이었다”라며 중국에 대한 반감을 그대로 표현했다. 이 포스팅은 게시 23시간 만에 ‘좋아요’가 4만 6천개가 넘었다.
1968년 이승복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쳤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정용진 부회장은 1968년생이다. 54년의 긴 세월이 무색하게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가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되고 있다는 현실이 우리가 처한 역사적 현실을 단적으로 대변해준다는 무거운 생각이 든다.
정용진 부회장이 포스팅한 내용의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는 없다. 표현과 언론의 자유가 있고 누구나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의 그런 행동에 대한 용기와 소신에 공감을 표한다. 그는 소위 재벌 오너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세계그룹의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행동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했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의 게시물을 볼 때 단순히 북한이나 중국에 대한 불만만을 표시한 것은 아닌 듯하다. 북한과 중국이라는 공산주의 집단을 상대하는 반대 진영의 집단이나 소속 국민들에 대한 불만도 함께 내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부분이 정용진의 외침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본의든 아니든 정용진 부회장의 SNS를 통한 의견 표출은 대선 정국의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1월 7일 SNS를 통해 “21세기 대한민국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 거의 윤석열 수준이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윤석열 후보는 ‘멸공’을 의식한 듯 마트에서 ‘멸치’와 ‘땅콩’을 구매했다고 한다.
정용진이 평범한 시민은 아니지만 재벌 오너라는 ‘딱지’를 떼면 그도 시민의 한 사람이다. 그의 인스타그램 포스팅은 신세계그룹과는 무관한 개인 사생활이기에 일반 시민의 일상 사생활과 동일하다. 때문에 그의 일상적인 생각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한 사람의 용기 있고 소신 있는 행동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그가 던진 메시지에 대해 각자 공감 여부만 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치인들은 그걸 보고 반성할 부분이 있으면 반성하면 그만이다.